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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2.

    by. nutblog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서 국가 전략이 되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전자부품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자동차, 서버, AI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망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가 달라지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하며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나섰고,
    그 중심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자국 내 제조 생태계 강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반도체법의 핵심 내용,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의도,
    그리고 이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CHIPS Act란 무엇인가?

    CHIPS and Science Act, 즉 '미국 반도체법'은 2022년 8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으로,
    미국 내 반도체 제조·설계·R&D 강화를 위해 527억 달러 규모의 직접 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법안입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기업에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제공
    • 반도체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수십억 달러 지원
    •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 해외 공급망 의존도 낮춤
    • 수혜 기업은 일정 기간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제한 조건 포함

    즉, 단순한 산업 육성책이 아니라, 전략적인 공급망 재편을 위한 법적 기반입니다.

     

     

    왜 미국은 이 시점에 반도체에 집중할까?

    미국은 오랫동안 반도체 설계와 IP(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해왔지만,
    제조와 생산 부문은 대만(TSMC), 한국(삼성전자), 중국 등 아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TSMC > 삼성 > UMC > SMIC
    • 미국 내 생산 비중: 약 12% 수준 (1990년대엔 37%였음)

    코로나19, 미중 무역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공급망의 안정성과 기술 자립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자,
    미국은 "설계는 우리가 하지만, 생산도 직접 해야 한다"는 전략적 전환에 들어간 것입니다.

     

     

    중국 견제는 CHIPS Act의 숨은 핵심

    CHIPS 법안에는 수혜 기업은 일정 기간 동안 중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중국의 첨단 공정 접근을 제한하고,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려는 명백한 견제 전략입니다.

    또한 미국은 중국 기업(특히 SMIC, YMTC 등)에 대해 EUV 장비 수출 금지, 첨단 공정 기술 차단 등의 수출 통제도 동시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중국은 7nm 이하 첨단 반도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AI,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제한으로 작용합니다.

     

     

    TSMC, 삼성전자도 이 법에 영향 받는다

    CHIPS 법안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삼성전자, TSMC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중국 내 고급 공정 투자를 제한하는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 삼성: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 중
    • TSMC: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공장 투자 중
    • Intel: 미국 내 설비 확충, 정부 보조금 신청 중

    즉, 이 법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의 행동도 제약하며, 전체 산업의 생산 거점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응 – 자립 전략 강화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국산화와 공급망 자립을 위한 ‘중국판 반도체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자체 파운드리 기업 SMIC에 대규모 국책 투자
    • EDA 소프트웨어, 설계 툴, 장비 산업 국산화 추진
    • AI 반도체(바이두, 알리바바 자회사 등) 개발 독자화 시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실패,
    미국 IP에 대한 의존도, 글로벌 파운드리 고객 확보의 한계로 인해
    첨단 공정 자립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반도체법과 중국 견제 – 산업 패권 경쟁
    미국의 반도체법과 중국 견제 – 산업 패권 경쟁

    글로벌 반도체 산업 구조가 변하고 있다

    CHIPS 법안 이후, 세계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
    ‘국가 단위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제조 회귀 + 기술 지배력 유지
    • 중국: 자립 전략 + 기술 역량 강화
    • 유럽: EU Chips Act 추진, TSMC 유럽 공장 유치 시도
    • 한국·대만: 투자 분산 + 기술 수출 중심으로 전략 조정

    이처럼 반도체는 이제 정책, 외교, 경제 전략이 모두 엮인 산업이며,
    기술 그 자체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과 외교가 동시에 움직이는 시대

    CHIPS Act 이후, 미국은 단순히 자국 내 제조를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유럽 등 주요 반도체 국가들과 기술 정보 공유, 투자 유도, 공동 R&D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기술 협력 블록”을 만드는 듯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죠.

    이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제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반도체가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며,
    앞으로 기술과 외교, 경제 안보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축으로 엮여가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도체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CHIPS Act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반도체 전략은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국가 주도의 기술 패권 경쟁을 본격화시키는 신호탄입니다.

    그리고 이 경쟁의 핵심은 첨단 공정 확보, 공급망 주도권, 정치적 영향력 확대입니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기술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렵고,
    국가의 정책과 기업의 전략이 정교하게 맞물려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복합 산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