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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3.

    by. nutblog

    전자기기 설계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 노이즈

    전자 회로를 설계할 때, 가장 예상치 못한 문제가 노이즈(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입니다.
    동작은 잘되는데 갑자기 센서가 오작동하거나, 통신이 끊기거나, 오디오에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죠.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회로 내부 또는 외부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간섭 때문입니다.

    특히 고속 스위칭 회로나 통신 회로에서는 EM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하느냐가 제품 신뢰성과 직결됩니다.
    이때 설계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품이 바로 EMI 필터페라이트 비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부품이 무엇이고, 어떻게 동작하며, 실제 회로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무적인 시선으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EMI(전자파 간섭)란 무엇인가?

    EMI란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즉 전자기 간섭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회로나 장비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주변 회로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현상으로,
    전원 라인, 신호선, 무선 통신 회로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스위칭 전원에서 생긴 고주파 성분이 오디오 회로에 섞이면
    스피커에서 ‘찍찍’ 소리가 들릴 수 있고, 고속 클럭이 무선 통신을 방해해 수신률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EMI는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인증에 실패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설계 리스크입니다.

     

     

    EMI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부품 – EMI 필터

    EMI 필터는 말 그대로 불필요한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는 전자부품입니다.
    보통 전원선이나 신호선에 직렬 또는 병렬로 삽입되며,
    고주파는 차단하고 저주파 또는 DC는 통과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구성은 간단한 저역 통과 필터(LPF) 형태로,

    • 인덕터(L)로 고주파 성분을 저지
    • 커패시터(C)로 고주파를 GND로 우회

    이 조합으로 고주파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걸러냅니다.
    EMI 필터는 AC 입력단, DC-DC 컨버터 출력단, 통신 라인 입출력부 등 다양한 위치에 사용됩니다.

     

     

    페라이트 비드는 어떤 부품인가?

    페라이트 비드는 고주파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인덕터의 일종입니다.
    외관은 저항처럼 생겼지만, 고주파 대역에서만 큰 임피던스를 나타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 DC에서는 거의 저항이 0에 가깝고
    • 고주파에서는 수십~수백 Ω까지 올라가
    • 전류는 통과시키되 고주파 노이즈는 차단

    이 특성 때문에 고속 디지털 회로나 USB, HDMI, MIPI 신호선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페라이트 비드는 보이지 않게 회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노이즈 필터의 그림자 주인공’입니다.

     

     

    EMI 필터 vs 페라이트 비드 – 무엇이 다를까?

    두 부품 모두 노이즈 억제 용도로 사용되지만, 동작 방식과 목적이 다릅니다.

    항목 EMI 필터 페라이트 비드
    구조 인덕터 + 커패시터 (LC 조합) 단일 페라이트 코어 기반 인덕터
    주파수 특성 광범위한 고주파 억제 특정 대역 고주파 집중 억제
    용도 전원 입력단, 회로 전체 노이즈 제어 고속 신호라인, 로컬 회로 안정화
    설치 위치 전원선, AC 입력단 등 IC 근처, 통신라인 직전 등

    즉, EMI 필터는 시스템 레벨에서의 노이즈 억제,
    페라이트 비드는 부품 수준에서의 미세한 노이즈 제어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EMI 필터와 페라이트 비드 – 노이즈 저감의 핵심

     

     

    실무 회로에서의 사용 위치 예시

    • AC 어댑터 입력단: EMI 필터 사용 → 노이즈 인증 대응
    • DC-DC 출력 후단: 페라이트 비드 삽입 → 출력 안정화
    • USB 회로: 라인 간 커먼모드 노이즈 제거용 페라이트 비드 사용
    • RF 회로 근처: 페라이트 비드로 고주파 신호 외부 유출 방지
    • 마이컴 전원 핀: 디커플링 커패시터 + 페라이트 비드 조합

    이처럼 적절한 위치에, 목적에 맞는 부품을 선택하는 것이 회로 설계자의 핵심 역량 중 하나입니다.

     

     

    부품 선택 시 고려할 점

    • 페라이트 비드: 임피던스 특성(Ω), 허용 전류(A), 노이즈 차단 주파수(MHz) 확인
    • EMI 필터: 컷오프 주파수, 삽입 손실, 정격 전류, 정격 전압 확인

    또한 제품 인증을 준비하는 경우, EMC 시험 조건과 설계 목표에 따라 필터 설계값을 조정해야 하며,
    측정 장비를 통한 사전 노이즈 분석이 병행되어야 실제 효과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잘못 사용했을 때의 문제점

    EMI 필터나 페라이트 비드를 잘못 선택하거나 과도하게 삽입하면 오히려 회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필터로 인해 필요한 신호까지 감쇠
    • 불필요한 발열이나 전력 손실 유발
    • 통신 지연 및 프로토콜 에러 발생

    따라서 무작정 넣기보다는, 노이즈 발생 지점과 경로를 먼저 분석하고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사용하는 설계 습관이 중요합니다.

     

     

    EMC 인증을 위한 설계의 핵심 포인트

    모든 전자기기는 제품 출시 전 반드시 EMC(전자파 적합성) 인증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때 EMI 필터와 페라이트 비드는 실제 회로에서 EMC 대응의 마지막 방어선이 됩니다.

    • 고주파 성분이 안테나처럼 동작하는 선로 제거
    • 파워라인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전자파 억제
    • 외부 노이즈 유입 차단

    즉, 이 부품들이 없다면 회로는 설계대로 동작하더라도, 제품은 출시될 수 없습니다.
    성능뿐 아니라 규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설계 초기부터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보이지 않는 부품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

    EMI 필터와 페라이트 비드는 눈에 띄지 않는 단순 부품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부품 하나가 회로의 신뢰성과 제품의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EMI 억제는 단순히 ‘필터 하나 넣으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회로 전체의 전류 흐름, 주파수 성분, 신호 구조를 고려한 전략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 두 부품의 특성과 용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노이즈 없는 고품질 회로 설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