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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2.

    by. nutblog

    SSD는 영원하지 않다, 수명은 숫자로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SSD를 ‘빠르고 조용한 저장장치’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SSD 역시 기계적인 부품은 없지만, 수명이 존재하는 소모성 부품입니다. 특히 NAND 플래시는 쓰기와 삭제를 반복할수록 열화가 발생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수명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수치화한 대표 지표가 바로 TBW(Terabytes Written)입니다. SSD를 얼마나 쓰면 수명이 다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준이죠.

    이번 글에서는 TBW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SSD의 실제 수명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실무나 일반 사용 환경에서 SSD를 오래 쓰기 위한 전략들까지 자세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TBW란 무엇인가? – SSD의 수명을 나타내는 숫자

    TBW(Terabytes Written)는 SSD가 보장하는 총 쓰기 가능 용량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TBW 600TB" 라는 스펙이 있다면, 해당 SSD는 총 600TB까지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 수치를 넘어서면 NAND 셀의 열화가 가속화되어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TBW는 단순한 예측 수치가 아니라, 제조사가 보증하는 수명 한계에 해당합니다. 즉, 보증 기간 내에 TBW 수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면 SSD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나 교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TBW를 결정짓는 요소들

    TBW는 단순히 용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1. NAND 플래시 종류
      • SLC > MLC > TLC > QLC 순으로 셀 수명이 짧아집니다.
      • QLC는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기 때문에, 쓰기 내구성이 가장 낮습니다.
    2. 컨트롤러와 FTL 알고리즘
      • 쓰기 증폭(Write Amplification)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집니다.
    3. Wear Leveling 기술
      • 셀을 고르게 사용하여 특정 셀에만 집중 쓰기가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기술입니다.
    4. 오버 프로비저닝(Over-Provisioning)
      • SSD 내부에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여유 공간을 두어 수명과 성능을 유지합니다.
    5. 사용 환경
      • 서버처럼 24시간 쓰기가 지속되는 환경 vs 일반 사용자 PC는 TBW 소비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SSD 수명과 TBW – 수명 관리 전략

    DWPD란? – 기업 환경에서의 수명 판단 기준

    TBW와 함께 사용되는 또 다른 지표는 DWPD(Drive Writes Per Day)입니다. DWPD는 보통 “하루에 전체 용량을 몇 번 쓸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수명을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1TB SSD가 DWPD 1이라면, 하루에 1TB까지 데이터를 매일 쓸 수 있다는 의미이고, 보증 기간이 5년이라면
    → 1TB × 365일 × 5년 = 1,825TBW

    DWPD는 서버, NAS,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SSD를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일반 소비자용 SSD는 DWPD가 10 이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실무에서 보는 TBW 스펙은 어떻게 해석할까?

    일반적으로 SSD 제품 상세 스펙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포함됩니다:

    • 500GB SSD – TBW 300TB
    • 1TB SSD – TBW 600TB
    • 2TB SSD – TBW 1,200TB

    이 수치만 보면 "이걸 다 쓸 일이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아래와 같이 계산해보면 감이 잡힙니다.

     

    For example)
    하루 평균 50GB를 쓰는 환경이라면,
    600TBW ÷ 50GB = 12,000일 ≒ 약 32년 사용 가능

    즉,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TBW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며, 다만 서버, 인코딩, 감시 카메라 저장용 SSD처럼 지속적인 쓰기 작업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TBW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SSD 수명을 늘리는 실전 전략

    TBW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SSD를 오래 쓰기 위해, 아래와 같은 실무 전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가급적 SSD 용량의 10~20%는 남겨두기
      → 내부적으로 Wear Leveling 및 Garbage Collection이 원활하게 동작할 공간 확보
    2. 불필요한 쓰기 작업 최소화
      → 예: 크롬 캐시를 RAM 디스크로 옮기기, 자동 백업 빈도 줄이기, 다운로드 폴더 위치 바꾸기
    3. DRAM 있는 SSD 사용하기
      → DRAM-less SSD는 매핑 정보를 매번 다시 써야 해서 쓰기 증폭이 심함
    4. 윈도우에서 TRIM 기능 활성화 확인
      → TRIM은 사용하지 않는 블록을 SSD에 알려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
    5. SLC 캐시를 가진 제품 선택하기
      → 쓰기 성능과 수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6. 펌웨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 제조사에서 수명 관리 알고리즘을 개선한 펌웨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명만큼 중요한 데이터 백업

    SSD는 수명이 다했다고 갑자기 폭발하거나 완전히 죽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에러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 셀 불량, 컨트롤러 오류 등으로 데이터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SSD는 수명이 남았더라도 중요한 데이터는 반드시 백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TBW 80~90% 이상 사용 시점부터는 새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미러링 구조로 운영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SSD는 기술의 정점이지만, 결국 소모품이다

    SSD는 분명히 HDD보다 빠르고 조용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지만, 수명이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이 수명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TBW이며, 이 수치를 기반으로 설계, 구매, 운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 스마트한 관리 방법입니다.

    TBW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용 패턴을 알고, SSD와의 동행 기간을 조율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편리함을 누리되, 그 이면의 한계도 함께 이해하는 것 – 그것이 진짜 ‘고급 사용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