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tblog

실무 기반 반도체 지식과 취업·직무 경험을 공유하는 엔지니어링 Blog 입니다.

  • 2025. 4. 12.

    by. nutblog

    저장공간이 많아질수록 성능은 왜 떨어질까?

    스마트폰, 노트북, SSD, USB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저장장치는 NAND 플래시 메모리(NAND Flash Memory)를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과거에는 몇 기가바이트만 되어도 큰 용량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1TB, 2TB는 기본이 되었죠. 그런데 이상한 점은, 용량은 커졌는데 성능이나 수명은 되려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NAND의 셀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셀에 1비트만 저장하던 SLC(Single Level Cell) 구조였지만, 지금은 MLC, TLC, QLC처럼 한 셀에 여러 비트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발전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속도, 수명, 안정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SLC, MLC, TLC, QLC의 차이점과 구조를 분해해서, 왜 고용량 SSD일수록 수명이 짧고 느려질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어떤 제품에 어떤 셀 구조가 사용되는지 실무적인 관점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SLC (Single Level Cell) –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빠르고 오래가는 구조

    SLC는 하나의 셀에 1비트의 정보만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즉, 셀이 표현할 수 있는 전하 상태는 ‘0’ 또는 ‘1’, 두 가지뿐입니다. 이 때문에 전압 레벨 간 간격이 넓고, 오차 가능성이 거의 없어 속도와 안정성이 뛰어납니다.

    장점:

    • ✔ 빠른 쓰기/읽기 속도
    • ✔ 긴 수명 (최대 100,000 P/E 사이클)
    • ✔ 낮은 전력 소비
    • ✔ 높은 데이터 보존 안정성

    단점:

    • ❌ 저장 밀도 낮음 (비용 증가)
    • ❌ GB당 가격이 가장 비쌈

    SLC는 주로 산업용, 서버, 고성능 캐시, 군사 장비 등 신뢰성과 수명이 절대적인 시스템에 사용됩니다. 소비자용 SSD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일부 고급 모델에서 캐시용으로 소량 탑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MLC (Multi Level Cell) – 2비트 저장, SLC보다 싸지만 더 느린 구조

    MLC는 한 셀에 2비트를 저장합니다. 즉, 셀 하나가 4가지 상태(00, 01, 10, 11)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다이(die)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단가가 크게 낮아지고, 일반 소비자용 SSD에서 처음 상용화된 셀 구조입니다.

    장점:

    • ✔ SLC 대비 2배 저장 밀도 → 가격 절감
    • ✔ 비교적 우수한 성능

    단점:

    • ❌ 전압 레벨이 더 촘촘해짐 → 오류 가능성 증가
    • ❌ 수명 감소 (보통 3,000~10,000 P/E 사이클)

    MLC는 한동안 고급형 SSD의 주력 셀 구조로 사용되었으며, 여전히 일부 고급 제품이나 엔터프라이즈 SSD에서 채택되기도 합니다. 속도와 수명의 밸런스를 적절히 맞춘 구성이 가능합니다.

     

     

    TLC (Triple Level Cell) – 가장 널리 쓰이지만 타협이 필요한 구조

    TLC는 셀 하나에 3비트의 정보를 저장합니다. 즉, 하나의 셀은 8가지 상태를 표현해야 하며, 전압 간 간격이 매우 좁아져 오류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그 결과, 읽기/쓰기 속도도 더 느리고, 수명도 짧아집니다.

    장점:

    • ✔ 높은 저장 밀도 → 저렴한 가격
    • ✔ 대중화된 구조로 생산량 많음

    단점:

    • ❌ 느린 쓰기 속도 (특히 연속 쓰기)
    • ❌ 짧은 수명 (보통 1,000~3,000 P/E 사이클)
    • ❌ 쓰기 증폭 문제 발생 가능성 증가

    TLC는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용 SSD, USB, SD 카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셀 구조입니다. 속도 문제는 SLC 캐싱이나 DRAM 버퍼를 통해 보완하며, 대중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QLC (Quad Level Cell) – 가격은 싸지만 성능은 확실히 타협한 구조

    QLC는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구조입니다. 즉, 하나의 셀은 16가지 상태를 표현해야 하며, 정밀한 전압 제어가 필수적입니다. 이로 인해 속도와 수명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장점:

    • ✔ 극한의 저장 밀도 → GB당 최저가 구현 가능
    • ✔ 읽기 위주의 스토리지에 유리

    단점:

    • ❌ 매우 낮은 쓰기 속도 (특히 캐시 소진 시)
    • ❌ 극단적으로 짧은 수명 (보통 100~1,000 P/E 사이클)
    • ❌ 높은 오류율 → ECC 성능 중요

    QLC는 저장 위주의 용도(예: 백업용 외장 SSD, NAS 캐시, 동영상 저장 등)에 적합하며, 운영체제나 게임 설치용 메인 SSD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셀 구조별 비교표

    항목 SLC MLC TLC QLC
    저장 비트 수 1bit 2bit 3bit 4bit
    셀 상태 수 2 4 8 16
    P/E 수명 100,000 3,000~10,000 1,000~3,000 100~1,000
    속도 매우 빠름 빠름 보통 느림
    가격 매우 비쌈 비쌈 저렴 매우 저렴
    사용 용도 산업용, 서버 고급 SSD 일반 SSD, USB 백업, 대용량 저장

     

    NAND Flash의 구조 – SLC부터 QLC까지 셀 분해

    실무에서 셀 구조 선택 기준

    SSD를 설계하거나 선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기반으로 셀 구조를 판단해야 합니다:

    • 속도가 중요하고 데이터가 자주 쓰인다 → SLC or MLC
    • 가성비가 중요하면서 적당한 성능 필요 → TLC
    • 읽기 위주 저장 위주, 대용량이 우선 → QLC
    • 캐시 구성이 있는지 확인 필수: TLC와 QLC는 SLC 캐시로 성능을 보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DRAM 유무도 성능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QLC 기반 SSD는 초기 성능은 괜찮지만, 캐시가 소진되면 HDD보다 느려질 수도 있으므로, 용도에 따라 철저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셀 하나의 구조가 시스템 전체의 경험을 바꾼다

    NAND Flash는 단순히 ‘많이 저장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어떻게 저장하느냐에 따라 속도, 수명, 안정성, 비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SLC부터 QLC까지 셀 구조는 기술의 진화이자 타협의 산물이며, 각 구조는 그에 맞는 용도에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나의 셀에 몇 비트를 저장하느냐는 결정이, 곧 제품 전체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셀 구조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기술 지식이 아니라, 스토리지 선택과 설계의 기본 교양입니다.

     

     

    최근의 트렌드 – PLC와 3D NAND

    최근에는 5비트를 저장하는 "PLC(Penta Level Cell)"까지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정성이나 속도 문제가 있어 아직 상용화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셀 구조를 2D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은 3D NAND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QLC나 TLC도 일정 수준의 속도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