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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8.

    by. nutblog

    전원 회로나 전력 시스템을 설계할 때, 부하가 켜지는 순간 갑자기 흐르는 Inrush Current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류는 회로의 정상 전류보다 수 배 이상 크며, 순간적인 전압 강하, 퓨즈 손상, 전원 불안정, 부품 열화, EMI 발생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시스템이 보다 부드럽고 안전하게 켜지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소프트 스타트(Soft Start)입니다.
    소프트 스타트는 전원이 켜질 때 출력 전압이 서서히 상승하도록 제어하여, 부하에 급격한 전력 변화가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설계 기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프트 스타트의 원리, 동작 방식, 회로 구현 방법, 전원 IC에서의 적용 사례, 실무 설계 시 유의사항까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돌입전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요?

    회로에 전원이 공급되는 순간, 특히 출력에 커패시터가 많이 연결되어 있을 때,
    그 커패시터를 충전하기 위한 큰 전류가 짧은 시간 동안 흐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돌입전류이며, 전류 크기가 수 A에서 수십 A에 달할 수 있습니다.
    DCDC 컨버터, LDO, 배터리 회로, 모터 드라이버 등에서 이 전류는 회로 전압을 순간적으로 떨어뜨리거나, 전류 제한 회로를 트리거시켜 오동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 스타트의 원리

    소프트 스타트는 전압을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기능입니다.
    이때 전압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도록 내부 참조 전압이나 에러 앰프 입력을 천천히 올려주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이렇게 하면 출력 커패시터도 서서히 충전되며, 돌입전류가 제한됩니다.
    일종의 ‘출력 전압 슬로프 제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슬로프의 경사는 외부 부품(커패시터 등)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전원 IC에 내장된 소프트 스타트 기능

    대부분의 DCDC 컨버터 ICLDO 레귤레이터는 소프트 스타트 기능을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습니다.

    • 예: TPS5430, LM2937, MP1584, RT8059 등
      이들 IC에는 SS(Soft Start) 핀이 제공되며, 여기에 적당한 용량의 커패시터를 연결하면 내부 기준 전압이 일정 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1nF~100nF 범위의 커패시터를 사용하며, 이 용량에 따라 기동 시간이 수 ms~수십 ms로 결정됩니다.

    소프트 스타트 회로 구성 예시

    기본적인 소프트 스타트 회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 IC의 SS 핀에 커패시터(Css)를 연결
    • 내부에서 정전류(보통 몇 µA)가 흘러 커패시터 전압을 서서히 상승
    • 이 전압이 내부 레퍼런스로 사용되어 출력 전압도 점진적으로 상승
     
    VSS = Icharge × t / Css → t = Css × Vref / Icharge

    외부 회로로 소프트 스타트 구현하기

    내장 기능이 없는 레귤레이터나 전원 회로에서도 간단한 RC 지연 회로를 이용해 소프트 스타트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식은 전원 입력 또는 EN(Enable) 핀에 RC 회로를 연결해 일정 시간 후에 전원이 켜지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EN ← R + C → GND
     

    R과 C의 값에 따라 EN 핀이 High가 되는 시간이 정해지며,
    이로 인해 출력 전압이 순차적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 스타트 vs 시퀀싱의 차이

    소프트 스타트는 하나의 전원 채널에서 전압이 천천히 상승하는 것이고,
    시퀀싱은 복수 전원이 정해진 순서로 켜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퀀싱을 구현할 때도 각 전원 채널이 동시에 켜지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소프트 스타트를 함께 사용하여 전체 시스템 전압 상승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둘은 별개이지만 보완적으로 함께 사용하면 전원 품질이 크게 향상됩니다.

     

     

    소프트 스타트 회로 구성법 – Inrush current를 줄이는 안전한 기동 방식

     

    실무 설계 팁

    • SS 커패시터는 반드시 GND와 가까운 위치에 배치
    • RC 방식에서는 EN 핀의 임계 전압을 확인하고 시간 계산
    • 복수 전원 회로에서는 각 채널의 기동 시간 조화가 중요
    • 소프트 스타트 타이밍이 너무 짧으면 의미가 없고,
      너무 길면 MCU나 부하가 타임아웃 오동작할 수 있으므로 밸런스가 중요
    • 오실로스코프로 출력 전압 상승 곡선을 실측하여 검증해야 함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와 오해

    많은 설계자들이 소프트 스타트를 단순히 ‘기능이 있으면 안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못된 커패시터 용량 선택이나 기동 타이밍 미스매치로 인해 오히려 시스템이 부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MCU나 PMIC가 기동하기 전에 DCDC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I2C 통신이 실패하거나 초기화가 꼬이게 됩니다.
    또한, 부하가 급격히 연결되거나 핫플러그 상황에서 소프트 스타트가 너무 느릴 경우, 오히려 출력 전압이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해 보호 회로가 오동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실제 파형을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하고 튜닝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고급 응용 – 다단 소프트 스타트 및 조건부 스타트

    일부 고급 전원 시스템에서는 단일 소프트 스타트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다단계 소프트 스타트 또는 조건부 기동 로직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단계에서는 내부 로직이 초기화될 수 있을 만큼의 전압까지만 천천히 상승시키고, 2단계부터 빠르게 전압을 끌어올려 부하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또는, 외부 온도나 전압 상태에 따라 소프트 스타트 시간 자체를 MCU가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구조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배터리 기반 시스템, 고전압 DCDC, 열 민감 부하(예: LED 어레이)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전원 품질의 시작은 ‘천천히’입니다

    전원을 켜는 속도를 제어한다는 것은 단순히 전압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부하에 안전을 제공하고, 회로 전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첫 단계입니다.
    소프트 스타트는 작은 커패시터 하나로 이 모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설계 전략이며,
    회로 구성 초기에 꼭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특히 전력 설계에서 불규칙한 부팅, 전압 강하, 퓨즈 단락 문제가 반복된다면,
    소프트 스타트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