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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공부했는데, 막상 회사에서는 다르다?
공대에서 수년간 전자공학, 반도체, 회로이론을 공부하고 졸업한 후,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공통된 감정이 있습니다.
“배운 거랑 완전 다르네…”교과서 속 회로는 항상 깔끔했고, 문제에는 정답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답이 아니라 선택지가 존재하고, 회로는 늘 이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으며, 정해진 정답보다 더 중요한 건 타협과 판단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과 사내에서 경험하는 실무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생생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이 글이 반도체 분야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시선과 기대 조절의 기준이 되었으면 합니다.이론과 현실의 간극 – 완벽한 회로는 없다
학교에서 배운 회로이론은 항상 이상적인 조건을 가정합니다.
- 전압 강하 없음
- 회로 간섭 없음
- 동작 온도 일정
하지만 사내에서 설계하거나 분석하는 회로는 수많은 외란과 제약 속에서 타협한 결과물입니다.
- EMI 간섭
- 온도 변화
- 부품 허용 오차
- 고객 요구 조건
결국 실무에서 중요한 건 이론을 얼마나 잘 아느냐가 아니라, 이론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조율하느냐입니다.
사내 문서와 데이터는 교재보다 어렵다
학교에서는 교수가 정리해준 슬라이드와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론을 공부합니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데이터 시트, 회로도, 공정 로그, 분석 리포트 등 복잡한 문서들이 주된 학습 자료입니다.- 수치와 그래프 위주의 사내 문서
- 요약 없이 핵심만 담긴 리포트
- 제품 중심으로 구성된 내부 시스템 문서
처음엔 용어조차 생소하고, 어떤 걸 먼저 봐야 할지 감도 안 오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학교보다 훨씬 깊이 있는 정보와 현실적인 구조를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답이 아닌 방향으로 푼다
학교에서는 "정답이 무엇인가?"를 묻지만, 회사에서는 "어떤 방향이 더 적절한가?"를 묻습니다.
- 학교: 정해진 공식 → 정해진 답
- 회사: 주어진 조건 → 가능한 시나리오 중 최선 선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이런 증상이 생겼지?"보다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조치가 뭘까?"를 우선 판단해야 하며,
이슈 해결력과 판단의 속도가 실무에서는 더 중요한 능력으로 작용합니다.커뮤니케이션은 생각보다 더 기술적이다
학교에서는 개인 과제, 시험, 발표 위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만,
회사에서는 직무 간 협업, 고객 응대, 사내 회의가 주를 이룹니다.이때 중요한 건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전달하고 기술적으로 설득하는 것입니다.
- 테스트팀 → 설계팀: “이 조건에서 파라미터가 벗어났습니다.”
- 설계팀 → 공정팀: “이 영역의 마진을 5% 더 확보할 수 있을까요?”
- 고객사 대응: “현재 분석 결과는 OOO이고, 대응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어 선택, 논리 구조, 근거 제시가 전공 지식 못지않게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실수도 성장의 일부로 본다
학교에서는 실수가 감점이고, 실험 실패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실수도 학습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공정 조건을 잘못 입력 → 수율 저하 → 원인 분석 → 레시피 개선
- 테스트 코드 오류 → 불량 오인 → 디버깅 과정에서 로직 최적화 발견
물론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지만, 한 번의 실수를 통해 얻는 실무 인사이트는 교과서 100장을 읽는 것보다 값질 때가 많습니다.
문제를 풀기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게 먼저
학교에서는 개별 문제를 풀지만, 사내에서는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 내가 테스트하는 이 회로는 어떤 기능을 하는가?
- 이 신호의 흐름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전달되는가?
- 이 제품이 고객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오답처럼 보여도, 시스템 전체에서는 그 선택이 가장 적절한 해답일 수 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업무 속도와 기준이 다르다
학교에서는 과제를 내주면 며칠 또는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여러 번 시도해보고, 틀려도 다시 해볼 수 있죠. 하지만 회사는 다릅니다.
업무는 항상 일정이 있고, 속도가 평가 기준이 됩니다.즉, 완벽하게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결과를 낼 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최적의 답’을 찾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자원과 시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현실적인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자율성과 책임감은 함께 따라온다
학교에서는 교수나 조교가 언제나 옆에서 가이드를 주고,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마무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이건 왜 하는 걸까?”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지?” 같은 질문에 대해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선 자율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책임지고 리포트까지 작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주도력과 책임감이 길러지며,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성장형 인재로 자리 잡게 됩니다.학교는 기반, 회사는 확장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무용지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무의 기반이 되며,
사내에서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하는 능력이 자라납니다.중요한 건, 실무에서는 정답을 외우는 것보다 문제를 이해하고 팀과 소통하며 최선을 선택하는 자세입니다.
그게 바로 회사에서 진짜 배워야 할 ‘기술’이며, 전공을 넘어서는 진짜 실력이 됩니다.'Engineer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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