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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수적인 전자부품들
전자 회로나 반도체 설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저항, 커패시터, 인덕터, 트랜지스터 같은 기본 소자를 떠올리실 겁니다. 물론 이러한 부품들이 회로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회로를 정교하고 유연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 외에도 수많은 부품들이 함께 사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설계 경험이 많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는 MUX(Multiplexer), 크리스탈(Crystal Oscillator), 레벨 시프터(Level Shifter) 같은 부품들은, 비주류처럼 보이지만 회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이 글에서는 MUX, 크리스탈, 레벨 시프터가 각각 무엇을 하는 부품인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며, 실제 회로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단순히 부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실무에서 왜 이 부품이 필요하며, 어떤 점을 고려해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지도 함께 다루겠습니다.
MUX(Multiplexer) – 회로의 선택 스위치
MUX, 즉 Multiplexer는 여러 개의 입력 중 하나를 선택해서 출력으로 전달하는 디지털 선택기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2:1 MUX는 두 개의 입력 중 하나를 선택해 출력으로 연결하고, 제어 신호에 따라 어느 입력을 선택할지 결정합니다. 이를 통해 회로 안에서 동적 경로 제어, 다중 신호 처리, 입력 소스 선택 등의 작업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컨트롤러나 FPGA 설계에서 여러 개의 센서를 하나의 통신 포트로 관리해야 할 때, MUX를 사용하면 하드웨어 핀 수를 줄이면서도 유연한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테스트 장비, 오디오 스위칭, 신호 라우팅 등에서 널리 활용됩니다.
MUX를 설계에 적용할 때는 선택 신호의 타이밍과 신호 레벨 호환성, 그리고 스위칭 속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속 회로나 민감한 아날로그 신호 경로에 사용할 경우, MUX의 삽입 손실이나 출력 임피던스 변화로 인해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 중요합니다.
크리스탈 오실레이터 – 시스템의 시간 기준
크리스탈(Crystal)은 흔히 ‘클럭 소스’로 불리며, 전자기기의 시간 기준을 제공하는 부품입니다. 시스템이 동작하려면 내부적으로 일정한 타이밍에 따라 신호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크리스탈입니다. 크리스탈은 석영(Quartz)의 압전 특성을 이용해 일정한 주파수의 진동을 생성하며, 마이크로컨트롤러나 CPU, 통신 모듈 등의 정확한 동작을 위한 핵심 부품입니다.
예를 들어, MCU가 16MHz 크리스탈로 클럭을 생성하면, 내부 타이머, UART, SPI 등의 모든 동작이 이 주파수를 기반으로 타이밍을 맞춰 동작합니다. 주파수가 조금만 어긋나도 통신 오류, 동작 불능, 데이터 손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주파수 유지와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크리스탈을 회로에 적용할 때는 일반적으로 발진 회로(오실레이터) 와 함께 사용하거나, 자체 발진이 가능한 크리스탈 오실레이터 모듈을 사용합니다. 또한 PCB 레이아웃 시 크리스탈 주변 경로는 최대한 짧고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하며, 노이즈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전원 및 접지 처리도 세심하게 해야 합니다.
레벨 시프터(Level Shifter) – 다른 전압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
레벨 시프터는 서로 다른 전압 레벨을 사용하는 회로 간의 신호 전달을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입니다. 예를 들어, 한쪽 회로는 3.3V 로직을 사용하고, 다른 쪽은 1.8V 로직을 사용할 경우 직접 연결하면 신호 왜곡이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레벨 시프터를 중간에 두면 전압을 상호 호환 가능한 수준으로 변환해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합니다.
레벨 시프터는 양방향 동작이 가능한 타입과 단방향 변환 타입이 있으며, 사용하는 신호의 방향성과 속도, 논리 타입(TTL/CMOS 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I2C, UART, SPI 같은 시리얼 통신에서 다른 플랫폼 간 연결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저전력 MCU와 고속 통신 모듈 간 인터페이싱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설계 시에는 레벨 시프터의 입력 허용 전압 범위, 전파 지연 시간, 드라이버 강도 등을 고려해야 하며, 고속 신호에서는 스큐(Skew)나 링잉(Ringing) 같은 문제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품이 단순한 변환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회로 간 안정성 보장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부품입니다.
실무에서의 활용 예시
실제 제품 개발에서는 위의 부품들이 반드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설계에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센서 등의 인터페이스는 MCU의 핀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MUX로 스위칭되고, 기기의 전체 동작 타이밍은 크리스탈에서 파생된 클럭으로 정렬됩니다. 또한 "AP(Application Processor)"와 주변 장치 간의 전압 차이는 반드시 레벨 시프터로 맞춰야 합니다.
또한 산업용 장비나 테스트 장비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수의 테스트 채널을 하나의 컨트롤러에 연결할 때 MUX는 필수이며, 장비 전체의 동기화를 위해 크리스탈 기반의 정밀 클럭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다른 장비와 연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신호 레벨의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레벨 시프터가 항상 따라다니게 됩니다.
비주류는 아니다, 잘 안 보일 뿐이다
MUX, 크리스탈, 레벨 시프터는 회로도에서 주목받는 부품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회로를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동작하게 만드는 데 이들 부품의 기여도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특히 실무에서는 ‘왜 동작하지 않을까?’라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 대체로 이런 비주류 부품들의 세팅 미스나 이해 부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전자회로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설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들 부품을 단순한 조연 정도로 여길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 부품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부품 하나가 전체 회로의 신뢰성과 성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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