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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기반 반도체 지식과 취업·직무 경험을 공유하는 엔지니어링 Blog 입니다.

  • 2025. 4. 14.

    by. nutblog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던 진짜 반도체 현장 이야기

    대학에서 반도체 전공을 마치고, 관련 기업에 입사하면 ‘내가 공부한 걸 이제 써먹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전공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을 체감하게 됩니다. 수식과 회로 이론은 많았지만, 실제 장비 조작, 공정 관리, 고객 대응, 품질 이슈 처리 등은 학교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반도체 전공자가 대기업 반도체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직접 경험한 ‘실무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 내용입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전공자 분들, 또는 실무에 대해 궁금한 예비 엔지니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와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입사 초기 – 이론보다 장비가 우선이다

    입사하자마자 처음 맡게 되는 일은 대부분 장비 교육, 안전 교육, 작업 절차 학습입니다. 전공 수업에서 배운 트랜지스터 동작, 커패시턴스 계산은 당장 써먹기보다는,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고 장비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 반도체는 ‘사고가 나면 수억 원’ 손실
    • 표준작업절차(SOP)를 외우는 것이 첫 번째 업무
    • 장비 작동 시 ‘이벤트 순서’, ‘로딩 조건’, ‘Gas Flow’ 등 디테일이 중요

    즉, 전공 지식보다 매뉴얼을 얼마나 빨리 숙지하고, 안전하게 실무에 적응하느냐가 초기의 핵심입니다.


    내가 배운 건 회로인데, 여긴 공정이었다

    전공 과정에서는 보통 반도체 소자,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을 중심으로 공부합니다. 하지만 기업에 들어오면 소자 하나를 어떻게 대량 생산하고, 수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가 중심 이슈가 됩니다.

    • “왜 이 패턴이 2층에서 튀어나왔지?”
    • “이 에칭 조건에서 왜 필름이 안 깎이지?”
    • “오염 알람이 떴는데, 분석 순서 아는 사람?”

    이런 문제들이 매일 실무에서 벌어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현장 데이터, 장비 로그, 팀 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입니다. 이론보다도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 인내심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순간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필수, 기술보다 먼저 온다

    전공자 입장에서는 ‘기술력’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무에서는 팀 간 커뮤니케이션, 보고서 작성, 공정 조건 변경 승인 요청, 고객 응대 등이 정말 중요합니다.

    • 데이터를 수집했더라도 보고서로 정리하지 않으면 무의미
    • 공정 조건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십 개 부서와 협의 필요
    • 고객사와의 미팅에서는 데이터 기반 설명과 리스크 대응 능력 필수

    결국 실무에서 중요한 건, 혼자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팀과 공유하고, 문제를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공 지식은 쓸모없지 않다, 다만 ‘각색’이 필요하다

    “전공 공부가 실무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실무에서 바로 회로를 해석하거나 수식을 적용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이해력과 기술 대화의 배경지식은 전공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입니다.

    • 전압이 불안정할 때 → LDO 구조 이해로 원인 파악 가능
    • ESD 문제 발생 시 → 클램핑 동작과 방전 경로 이해 필요
    • 회로 테스터 불량 분석 → 소자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핵심

    즉, 실무에 맞게 전공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이 있다면, 오히려 비전공자보다 훨씬 빠르게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복 업무 속에서 배우는 디테일의 중요성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반복 작업들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차이 하나가 수율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포인트가 됩니다.

    • “이때 온도가 2도 높았던 게 이슈 원인이었어.”
    • “이 공정 순서가 미묘하게 바뀌면서 불량이 생겼네.”
    • “레시피 이름은 같지만, 설비마다 조건이 다르다.”

    이런 차이를 캐치하고 조율하는 능력은 현장 경험에서만 길러지는 직감과 논리의 조화입니다. 반복 속에서 배우는 게 실무의 본질이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됩니다.


    개발 vs 양산 – 내가 어디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

    실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이 ‘개발형 인재인지’, ‘양산형 인재인지’ 구분하게 됩니다.

    • 개발직은 불확실한 상황을 해결하고, 새로운 공정을 만드는 쪽
    • 양산직은 수율 안정화, 불량률 개선, 효율 향상 중심의 관리 역할

    전공자 대부분은 개발직에 매력을 느끼지만, 양산 현장 경험이 탄탄한 인재가 장기적으로 더 인정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스로의 적성과 성향을 실무에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도체 전공자가 회사에서 느낀 실무 현실

     

    실무는 살아 있는 학문, 끊임없는 조정과 성장의 연속

    반도체 전공자는 실무에 들어오면서,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게 됩니다. 교과서에선 정답이 있었지만, 실무에선 정답이 없고, 매번 새로운 변수가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자는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강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겸손하게 배우고, 열린 태도로 협업하고, 문제 앞에서 끈질기게 파고드는 자세입니다.

    실무는 단순한 업무의 연속이 아니라, 지식을 ‘현장 언어’로 바꾸는 훈련이며, 전공자에게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