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tblog

실무 기반 반도체 지식과 취업·직무 경험을 공유하는 엔지니어링 Blog 입니다.

  • 2025. 4. 13.

    by. nutblog

    ‘빠른 메모리’ 그 이상, 전략의 중심이 된 HBM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HBM은 기존 메모리보다 훨씬 넓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 시간을 제공하면서, 고성능 컴퓨팅(HPC), 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성능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중심에서 삼성전자는 HBM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AI와 고성능 연산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 글에서는 삼성전자가 HBM에 집중하는 이유를 기술, 시장, 실무, 산업 경쟁 구조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HBM이란 무엇인가 –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속 메모리

    HBM은 기존 DRAM과 달리 DRAM 칩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 올린 3D 스택 구조의 메모리입니다.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를 통해 층간 연결이 이루어지며, 메모리와 GPU 또는 CPU를 2.5D 패키징으로 인접 배치짧은 거리와 넓은 인터페이스를 구현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HBM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집니다:

    • 폭넓은 데이터 대역폭 (HBM2E 기준 최대 460GB/s 이상)
    • 낮은 전력 소모 (Wide I/O로 효율적인 통신)
    • 초고속 연산과 데이터 이동에 최적화

    이러한 특성은 특히 AI 학습, 대용량 데이터 병렬 처리, 고해상도 그래픽 처리 등에서 기존 DRAM으로는 불가능했던 성능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삼성전자가 HBM에 집중하는 이유

    이유 1 – 고부가가치 시장

    삼성전자는 이미 DRAM, NAND 등 범용 메모리에서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범용 DRAM은 수요가 클수록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Commodity 시장’이기 때문에,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HBM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생산 난이도 높음 → 진입장벽 높음
    • 고객사 수 적음 → 가격 협상력 보유
    • 수요는 폭증 중 → AI, HPC,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 확장
    • 소량 생산이라도 마진이 크고 수익성이 높음

    즉, HBM은 삼성전자에게 ‘매출은 작지만 이익률은 높은 전략 제품군’이며, 장기적으로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기 위한 핵심 아이템입니다.


    이유 2 – 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 대응

    2020년대 들어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는 단연 AI 관련 반도체 시장입니다. 대규모 모델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GPU와 NPU 등은 기존 메모리로는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으며, HBM을 탑재한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 NVIDIA의 A100, H100, B100 GPU 모두 HBM 사용
    • AI 서버 1대당 4~8개의 HBM 채용 → 수요 폭발적 증가
    • 데이터센터당 수백~수천 개의 HBM 모듈 필요

    삼성전자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HBM3, HBM3E를 빠르게 개발, NVIDIA, AMD, Google, Microsoft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 및 AI 반도체 기업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HBM은 GPU보다 먼저 준비돼야 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삼성의 선점 전략은 장기적으로 고객사 락인(Lock-in)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유 3 – TSMC를 견제할 ‘비메모리+메모리 융합’ 전략

    TSMC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파운드리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주요 팹리스들이 모두 TSMC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동시에 보유한 드문 기업으로, 이를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HBM은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술이 긴밀하게 결합돼야 하는 분야입니다.

    • GPU + HBM → 2.5D/3D 패키징 필요
    • TSV 기술, 발열 설계, 인터포저 공정 등 고도 기술 요구
    •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 통합 개발이 유리

    삼성은 이 모든 요소를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TSMC와 차별화된 경쟁 전략으로 HBM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유 4 – 고효율/친환경 수요 대응

    HBM은 고속이면서도 전력 효율이 높다는 특성 때문에, 지속 가능한 컴퓨팅 환경 구축에도 큰 장점을 가집니다.

    • 동일 작업 대비 전력 소모 감소 →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절감
    • 냉각, 발열 설계도 유리 → 시스템 안정성 향상
    • ESG 관점에서도 높은 평가 가능

    삼성전자는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HBM 제품군에 대해 ‘고성능+고효율+친환경’이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HBM에서의 삼성 전략 – 단순 제조가 아닌 ‘패키징 통합’까지

    삼성은 HBM을 단순히 DRAM 기술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패키징 기술, 공정 미세화, 전력 최적화, 고객 맞춤 설계 등을 통해 HBM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HBM3E 양산 준비 완료 (2024년 기준)
    • TSMC 대비 더 빠른 패키징 통합 속도 보유
    • 자체 파운드리와의 통합 설계로 대응 속도 빠름

    특히 삼성전자는 AI 서버용 ASIC에 최적화된 HBM 공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클라우드·AI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큽니다.


    HBM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HBM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서’가 아닙니다.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 고성능 컴퓨팅의 대중화, 저전력 고효율 시스템 수요에 맞춰, 삼성은 HBM을 전략적 제품군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강자의 위치를 넘어, 고성능 연산 메모리의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하며, HBM은 그 전략의 중심입니다. 향후 삼성 HBM 기술의 진화는 곧, 글로벌 AI/데이터 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