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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3.

    by. nutblog

    반도체는 만들기보다 ‘나눠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칩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회사가 만드는” 시대가 아닙니다. 오늘날 반도체는 설계, 제조, 테스트, 패키징 등 수십 개 공정을 거치며, 이 모든 공정을 각기 다른 전문 회사들이 분담해서 진행하는 ‘분업형 생태계’로 진화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두 축이 바로 ‘팹리스(Fabless)’ ‘파운드리(Foundry)’입니다. 이 둘은 설계와 제조를 분리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구조이며, 오늘날 반도체 패권 경쟁의 가장 중요한 열쇠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TSMC는 이 파운드리 체제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으로, 글로벌 IT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전략적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개념 차이부터 시작해, 왜 TSMC가 중요하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 체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까지 실무와 산업 흐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팹리스란 무엇인가? – 공장이 없는 설계 전문 기업

    팹리스(Fabless)는 말 그대로 ‘Fabrication(제조) + Less(없는)’의 합성어로,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이들은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회로 설계와 시스템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합니다.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는 다음과 같은 글로벌 강자들이 있습니다:

    • 퀄컴 (Qualcomm) –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 엔비디아 (NVIDIA) – GPU 설계
    • AMD – CPU, GPU 설계
    • 애플 (Apple) – M1, A 시리즈 칩 설계
    • ARM – CPU 아키텍처 라이선스 제공

    이처럼 팹리스는 기술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논리 회로를 설계하고, 완성된 설계 파일을 파운드리에 전달해 생산을 위탁합니다. 설계 기술에만 집중할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파운드리란 무엇인가? – 다른 회사의 설계를 ‘대신 만들어주는’ 제조 전문 기업

    파운드리(Foundry)는 팹리스가 설계한 회로를 실제 실리콘 웨이퍼 위에 구현하는 생산 전문 기업입니다. 파운드리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설비 투자를 통해, 극도로 정밀한 반도체 제조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수율, 미세 공정, 양산 능력, 전력 최적화 기술 등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 TSMC (대만) – 세계 1위,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0% 이상
    • 삼성전자(파운드리 부문) – 파운드리와 메모리 모두 운영
    • 인텔 (파운드리 진출 중)
    • GlobalFoundries, UMC 등

    파운드리는 단순한 생산만이 아니라,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맞게 설계된 회로가 잘 동작하게끔 미세 공정을 최적화하고,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기술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주요 차이점 요약

    항목 팹리스 (Fabless) 파운드리 (Foundry)
    역할 회로 및 시스템 설계 반도체 칩 생산 및 제조
    핵심 경쟁력 아키텍처, 연산 최적화, IP 설계 공정 기술, 수율, 제조 효율
    대표 기업 퀄컴, NVIDIA, AMD, 애플 TSMC, 삼성 파운드리, 인텔
    투자 성격 인력 중심 (R&D) 설비 중심 (FAB 구축)
    리스크 생산 지연, 파운드리 의존도 고객사 수주 확보, 기술 난이도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차이 – TSMC는 왜 중요한가

    TSMC는 왜 전 세계에서 중요한가?

    TSMC는 세계 최대의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미세 공정(3nm, 2nm)을 대량 양산 가능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특히 TSMC는 NVIDIA, AMD, 애플,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들의 칩을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실상 전 세계 IT 산업의 생명선을 쥐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 TSMC가 생산을 늦추면 아이폰 출시 일정도 영향을 받습니다.
    • TSMC에 GPU 생산을 맡기는 NVIDIA가 없으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사라집니다.

    이처럼 TSMC는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허브이며, 미국과 중국이 첨단 반도체 패권을 놓고 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왜 시스템 반도체에서 뒤처졌을까?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강입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에서는 글로벌 TOP 기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 팹리스 생태계가 약하고,
    • 인재 육성 구조가 메모리 위주였으며,
    • 벤처 투자와 IP 생태계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 파운드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지만, 여전히 팹리스 고객 확보 측면에서는 TSMC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현재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팹리스 생태계 강화 및 파운드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무에서는 어떻게 연결될까?

    제품을 만들 때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다음과 같은 협업 구조를 가집니다:

    1. 팹리스가 RTL 설계를 완료하고,
    2. 파운드리에서 제공하는 PDK(Process Design Kit)를 기반으로 회로를 최적화하며,
    3. 실제 물리적 배선 및 마스크 생성 데이터를 전달하면,
    4. 파운드리에서 이를 기반으로 생산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수개월 이상 소요되며, 양산 전에는 MPW(Multi-Project Wafer) 테스트 칩 생산도 필요합니다. 설계 변경이 생기면 일정이 지연되기 때문에,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의 긴밀한 기술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공 열쇠는 ‘분업과 협업’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걸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설계는 설계대로, 제조는 제조대로 전문화된 기업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발휘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전 세계를 움직이는 칩 하나가 탄생합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분업 구조는 반도체 기술 발전의 가속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그 중심에 있는 TSMC 같은 기업은 앞으로도 글로벌 IT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존재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제 반도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 기업 경쟁력, 산업 패권의 중심축입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짜 반도체를 아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