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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
고속 스위칭 회로에서 EMI(Electromagnetic Interference)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DCDC 컨버터, 모터 드라이버, 클래스 D 앰프 등과 같이 전압 또는 전류가 빠르게 변화하는 회로에서는 스위칭 순간에 수십 MHz 이상의 고조파가 생성되며, 이들이 PCB 트레이스, 케이블, 부품 등을 통해 공진되거나 방사되어 주변 회로나 통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스위칭 속도가 빨라질수록 EMI는 더 강해지고, 설계자는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인증 실패, 제품 오동작, 성능 저하 등의 치명적인 결과를 겪게 됩니다.
스위칭 주파수와 EMI 스펙트럼 관계
스위칭 주파수는 EMI 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스위칭 주파수가 높을수록 기본파는 EMI 규제 대역을 벗어날 수 있으나, 그만큼 고조파 성분이 많아져 넓은 대역에 걸친 간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0kHz 스위칭을 사용하는 DCDC 컨버터의 경우, EMI 방사 성분은 3MHz, 5MHz, 10MHz 이상까지 퍼지게 됩니다. 따라서 EMI를 줄이기 위해 단순히 스위칭 주파수를 높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스위칭 디바이스의 상승·하강 시간, 드라이버 전류, 게이트 저항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레이아웃 설계에서의 전류 루프 최소화
EMI 억제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전류 루프(Loop Area)의 크기입니다. 스위칭 소자(MOSFET, Diode)와 출력 커패시터, 인덕터로 형성되는 전류 경로는 고주파 전류가 흐르는 가장 강한 루프이며, 이 루프가 클수록 더 강한 방사 성분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레이아웃에서는 고속 전류 루프를 가능한 한 짧고, 두껍고, 밀접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특히 GND 루프는 넓은 GND Plane으로 구성해 저임피던스를 확보하고, 신호 GND와 전력 GND는 한 지점에서만 연결하는 ‘스타 접지’ 방식이 EMI 억제에 효과적입니다.
부하 측 정합과 스너버 회로의 활용
MOSFET이나 다이오드의 스위칭 시 발생하는 링잉(Ringing) 신호는 주로 패키지 인덕턴스와 부하 커패시턴스의 조합에서 발생합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스너버 회로(RC Snubber)입니다. 스너버는 스위칭 소자의 드레인-소스 또는 드레인-그라운드 사이에 병렬로 삽입되며, 과도 신호를 흡수해 고조파 생성을 줄입니다. 하지만 스너버는 발열을 유발하므로, 저항값과 커패시턴스를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해야 하며, 전력 소모까지 감안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EMI 필터의 구성 요소와 설계 방식
EMI를 억제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입력과 출력에 적절한 필터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입력단에는 L-C 필터를 삽입해 전원에서 유입되는 노이즈를 차단하고, 출력단에도 필요한 경우 추가 필터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EMI 필터 설계 시 주파수 응답을 고려해 적절한 인덕터와 커패시터 값을 선택해야 하며, 커먼모드(Common Mode)와 디퍼렌셜모드(Differential Mode) 노이즈를 구분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커먼모드 초크는 주로 케이블을 통한 방사성 EMI 억제에 유용하게 작동합니다.
스위칭 소자의 선택과 드라이브 조건
스위칭 소자 자체의 특성도 EMI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MOSFET의 턴온(Turn-on), 턴오프(Turn-off)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EMI가 강해집니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게이트 저항 값을 조정하거나, 드라이버 전류를 줄여 상승·하강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또한, 일부 DCDC 컨버터는 Spread Spectrum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스위칭 주파수를 미세하게 변화시켜 특정 주파수에 에너지가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킵니다. 이 기능은 EMI 피크를 분산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실측 기반 EMI 대응: 스펙트럼 분석기 활용
설계 후 EMI를 최종 확인하려면 반드시 스펙트럼 분석기를 활용한 실측이 필요합니다. 이때 LISN(Line Impedance Stabilization Network)을 이용해 전원 라인 노이즈를 측정하거나, TEM 셀, GTEM 셀과 같은 전자파 측정 장비로 방사성 EMI를 검출합니다. 주파수 대역별로 어떤 피크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원인을 추적하여 PCB 구조나 부품 값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합니다. EMI 대응은 시뮬레이션만으로 완벽히 잡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실측과 반복 테스트가 필수입니다.
EMC 인증 대응을 위한 설계 여유 확보
전자기기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EMC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설계 시 충분한 EMI 마진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Class B(민감한 민수용 제품)는 Class A(산업용)보다 기준이 엄격하므로, 초기 설계부터 EMI 마진을 10dB 이상 확보하도록 전략을 짜야 합니다. PCB층수를 늘려 전원 및 GND를 독립시키고, 노이즈 소스를 중심으로 EMI 셀을 구성하는 설계 방식이 많이 활용됩니다. 인증 대응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초기 설계 전략에서부터 준비되어야 통과 확률이 높아집니다.
고속 회로 설계자에게 필요한 EMI 관점의 사고방식
결론적으로, EMI 억제는 단순한 필터링 기술이 아니라 회로 구조, 부품 선택, 배치, 동작 타이밍, 보호 회로를 모두 포함하는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회로의 어떤 부분이 고속 스위칭 루프를 형성하고, 어떤 경로로 EMI가 방사될 수 있는지를 설계 초기부터 예측해야 불필요한 디버깅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전 EMC 테스트를 반복하며, 회로의 민감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설계자는 제품 출시의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EMI는 보이지 않지만, 시스템의 품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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