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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기반 반도체 지식과 취업·직무 경험을 공유하는 엔지니어링 Blog 입니다.

  • 2025. 4. 24.

    by. nutblog

    반도체 개발은 매우 정밀하고 체계적인 작업이지만, 그만큼 실수의 여지도 많고 반복되기 쉬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처음엔 누구나 하는 실수'부터, '이건 진짜 큰일 날 뻔했다'는 실수까지 다양한 상황을 겪어왔습니다.
    그중 일부는 문서화되지 않아 팀 내에서만 구전처럼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디버깅에 며칠을 소모하고서야 원인을 알게 된 적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반도체 개발 실무에서 자주 일어나는 실수들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개발자든, 리뷰어든, 설계 담당이든 꼭 한 번쯤은 점검해보셔야 할 리스트입니다.

     

     

    데이터시트를 대충 봐서 발생하는 실수

    생각보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데이터시트를 전부 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훑어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부품 하나가 시스템 전체 동작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핀 기능, 전압 조건, 전류 한계, 타이밍 다이어그램 등은 반드시 정독이 필요합니다.
    특히 패키지마다 핀 배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이름의 부품이라도 실수로 잘못된 방향으로 납땜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원 시퀀스를 고려하지 않은 회로 설계

    복잡한 SoC나 메모리 모듈을 사용할 경우, 정해진 전원 인가 순서(Power Sequence)를 따라야만 정상 동작합니다.
    이를 무시하면 부품이 부팅되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원 설계 시엔 LDO, DCDC 순서뿐 아니라, Enable 핀 타이밍, 리셋 지연 시간까지 고려한 회로 구성이 필요합니다.
    관련 정보를 데이터시트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전원 시퀀서 IC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ESD(정전기) 보호 소자를 빼먹는 실수

    개발 초기에 ESD 보호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내 환경에서 디버깅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양산 후 현장에서 사용되면 외부 정전기나 과도한 전압 유입으로 인해 회로가 오작동하거나 소자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외부 단자가 있는 회로(USB, GPIO, 커넥터 등)는 반드시 TVS 다이오드나 ESD 프로텍터를 추가해야 합니다.
    설계 초기부터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품 수명이 짧아지고 A/S 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Clock 신호에 대한 감각 부족

    반도체 회로에서 클럭은 심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클럭 신호 라인의 길이가 길거나, 분기(branch)가 많아지면 리플렉션(신호 반사)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칩이 불규칙하게 동작하거나, 타이밍이 어긋나 데이터가 잘못 처리될 수 있습니다.
    고속 설계 시에는 클럭 라인에 대한 임피던스 매칭, 라우팅 길이, 그룹핑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는 클럭 버퍼나 디퍼런셜 라인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뮬레이션과 실물 테스트 사이의 괴리

    회로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실제 제작한 보드는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뮬레이션은 이상적인 조건을 가정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원 노이즈, 온도 변화, PCB 패턴의 실질적 저항, 커패시턴스 등은 시뮬레이션에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회로를 설계할 때는 시뮬레이션 결과만 믿기보다는, 여유 설계를 하고 반드시 사전 테스트 보드를 통해 실물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EMC/EMI에 대한 고려 부족

    처음 제품을 만들 때는 잘 동작하던 보드가, 인증 테스트 단계에서 EMI(전자파 간섭)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클럭, 고속 통신 라인, 스위칭 전원 부근은 EMI가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며, 이 부분에 대한 실드, 필터링, 페라이트 비드 등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EMC 규격은 후속 개발과 제품 수출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설계 초기부터 EMI를 고려한 레이아웃과 부품 선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커넥터 핀 아웃 실수

    커넥터 핀 번호를 잘못 보고 반대로 연결하거나, TX/RX처럼 헷갈리기 쉬운 신호를 혼동하여 잘못 배선하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이 문제는 생산 후 테스트 단계에서야 발견되기 쉬워, 납기 지연이나 생산 리워크의 원인이 됩니다.
    항상 핀 아웃 다이어그램을 실물 핀 배열과 대조 확인하고, 회로도에 명확한 방향성과 신호 라벨링을 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되긴 되는데 불안정한' 회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테스트 중 ‘되긴 된다’는 회로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류가 간신히 흐르지만 온도가 높고 파형이 이상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회로는 시간이 지나면 열화되어 오작동하거나, 양산 단계에서 불량률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되긴 되더라도 항상 여유 있는 설계, 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 장시간 동작 테스트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실수는 줄일 수 있습니다. 기록하고, 공유하고, 반복 확인하세요

    반도체 개발에서 실수를 100% 막을 수는 없지만, 기록하고, 공유하고, 반복해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팀 내에서 실수 사례를 문서화하고, 리뷰 시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면 재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 정리된 실수 항목들을 프로젝트마다 한 번씩 점검해보신다면, 개발의 안정성과 완성도가 분명히 높아질 것입니다.

     

    엔지니어가 말하는 반도체 개발 실수 모음